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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 이사를 한 강부장에게 이사는 잘 했는지 안부를 물었다. 강부장은 멋쩍게 웃으며, 이사하다 몸살이 났다고 했다. ‘요즘은 포장이사를 해서 크게 손 쓸 곳이 없었을 텐데. 몸살까지?’ 한 곳에 10년 가까이 사는 과정에서 여기저기 쌓아둔 짐들이 아무리 치워도 계속 나오면서 몸살이 나버린 것이다.

색이 바라고 늘어나 못 입는 옷들, 몇 번 덮지 않아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두꺼운 솜이불, 나중에 써야지 하고 뒀는데 녹이나 못쓰게 된 가전제품 등 버리려고 담다 보니 20여장의 대형봉투가 다 채우고도 모자를 지경이었다. 심지어는 20년 된 잡지, 대학교재들도 나와 가족들이 옛 이야기를 하며 추억을 회상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이사 짐을 정리하며 한 가지 다짐하게 된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앞으로는 아깝다고 또는 언제 쓸지 모른다는 생각에 쌓아두지 말고 적당히 버리며 살겠다는 약속을 가족들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챙겨 이사를 오니 내 집이라 좋은 점도 있지만 예전보다 집이 훨씬 쾌적해 보여 이러한 생각을 더욱 굳혔다고 말했다.

우리는 버리는 것에 다소 인색한 면이 있다. 아마도 ‘버리는 것이 곧 낭비’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함부로 버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버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에는 뭐든지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두는 것을 ‘저장강박증’이라고 하여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고 이슈가 된 적도 있다.

적당히 버리며 사는 것은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효율적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쓰지 않고 모아두기만 하는 것은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짐이 된다. 물건이든 마음이든 적당히 버리고, 비우며 살아갈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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