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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윌 양형남 대표 칼럼 '핑계를 경계하자'

 

 

철수의 성적표를 본 엄마가 속상해 하며 묻는다. “철수야, 공부 좀 열심히 해야겠다. 성적이 형편없네.” 그러자 철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얘기한다. “엄마, 다른 친구들은 모두 과목별로 참고서를 두세 권씩 갖고 공부하는데 저는 한 권씩 밖에 없어서 공부하기 어려워요. 참고서 좀 사주세요.” 이 말을 들은 엄마는 바로 철수가 원하는 만큼 참고서를 사주었다. 이후 다시 성적표를 받아 본 엄마는 지난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철수의 성적에 낙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철수는 또 이렇게 말했다. “엄마, 다른 친구들은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는데 저는 집에서 공부하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아요. 독서실에서 공부하게 해주세요.” 엄마는 또 다시 철수의 말을 듣고 독서실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참고서도 새로 사주고, 독서실에서 공부할 수 있게도 해주었지만 철수의 성적은 도통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철수는 엄마에게 이번에는 학원에 다니지 않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 같다며 학원에 보내달라고 말한다.

철수의 상황을 보며 대부분은 “모두 핑계야 핑계. 정말 공부할 마음이 있었어 봐. 굳이 참고서를 사주거나 독서실, 학원에 보내주지 않아도 충분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걸” 하고 생각할 것이다. 참고서가 없어서, 독서실이나 학원에 가지 않아서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 핑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철수는 자신의 공부시간이나 학습태도에서 문제를 찾기보다는 외부에서 문제를 찾아 자기합리화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핑계를 대고 있다.

이렇게 핑계를 대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핑계가 늘어갈수록 그에 따른 갈등이나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앞서 본 철수의 상황을 예로 보자면 철수의 요구를 들어 준 엄마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해 이제는 성적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오르지 않는 성적을 보면서 엄마는 철수에게 큰 실망감을 느끼게 되고 나중에는 철수의 말은 듣지 않고 철수를 나무랄 수도 있다.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핑계를 대는 철수를 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돌아보면 우리 대부분은 ‘시간이 없어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몸이 아파서’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핑계를 둘러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일들이 발생했을 때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느끼기에는 핑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말을 한 나폴레옹처럼 ‘○○ 때문에~’라는 핑계를 버리면 내 스스로 한정 지어버렸던 한계를 허물어버릴 수 있다.

75세의 나이에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박선자 할머니는 손자, 손녀에게 “공부하라”고 말하기 보다는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생각에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향후 건강 요리를 연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박선자 할머니에게 ‘나이가 너무 많아서’라는 말은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핑계를 경계하자. 핑계를 대기는 쉽지만 핑계 대기에 급급하면 현실에 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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