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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7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밥투정을 하고 있었다. “밥은 맛없어 과자 주세요.” 아이의 엄마는 “알았어. 밥 한 숟갈만 더 먹자. 이거 먹으면 엄마가 과자 줄게”하며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밥보다는 과자가 더 좋은 아이에게 엄마의 제안이 제대로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결국 아이의 엄마는 아예 안 먹는 것보다는 과자라도 먹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가방 안에 숨겨둔 과자를 꺼내어 아이에게 쥐어줬다.

그러한 모습을 보며 밥을 먹다 문득 밥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옛날 우리네 할머니들은 쌀 한 톨도 무척 소중히 여겨 밥을 먹다 흘리거나 밥을 남기면 밥 귀한 줄 모른다며 꾸중을 하시곤 했다. 어느 날 볍씨를 뿌려 쌀로 키워 내기까지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며 쌀 한 톨이 나오기 위해 정말 많은 손이 가는구나 하고 감탄을 한적도 있지만 밥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은 다른 계기를 통해서였다.

몇 년 전 밥 퍼주기 자원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배가 고파 찾아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보람인가를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그날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에게 꽤 많은 밥을 퍼주었는데도 그 여성은 밥을 계속 더 달라고 이야기 했다. 처음에는 배가 정말 많이 고픈가 보다 하는 생각에 밥을 더 퍼주었지만 부족하다며 더 달라는 말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식판에 가득 담긴 밥은 여자 혼자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는 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밥을 퍼주며 계속 그 여성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성은 1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밥을 모두 먹고 잔반 하나 없이 깨끗한 식판을 반납하고는 사라졌다. 지금 먹지 않으면 언제 또 밥을 먹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양껏 밥을 먹어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는지 그리고 때가 되면 으레 먹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밥이 주는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삶이 힘들게 느껴질 때마다 제때 밥을 먹으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마음이 풍요로워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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