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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과 고성장은 20세기 기업 환경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이 시기에는 심지어 경영기법마저 다양하게 개발됐다. 여기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의 경영 기법을 도입해서 즉시 접목시켜보는 벤치마킹은 가장 보편적으로 애용되는 수단이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도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경영 기법을 배우기 위해 이리저리 떠났고, 중소기업은 그런 대기업의 사례들을 적용하려고 열심히 움직였다. 물론 이런 결과를 통해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무엇보다 연구개발 비용 및 마케팅 비용 절감, 품질 실패비용 최소화, 생산성 극대화 및 효율화 등을 통해 투입원가의 비중을 낮추는데 많은 효과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인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과 시장의 변화 등에 따라 기업의 부침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몰락하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기업도 생겨났다. 이제는 선진기업의 경영기법을 그대로 접목시키는데 한계를 느끼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이면에 간과하기 어려운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기업의 핵심 역량과 추구하는 가치, 성공및 실패를 통해 축적된 경험, 구성원의 행동 방식과 리더십 등 한마디로 고유의 조직문화의 차이다. 그 기업만의 고유의 조직 문화를 갖춘 기업일수록 어려움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지속적인 성과를 내면서, 바야흐로 강한 조직문화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강한 조직문화란?
그렇다면 강한 조직문화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경영층과 구성원이 한 방향을 보고, 경영층과 구성원이 한 행동을 하고, 더 나아가 경영층과 구성원이 한 생각을 갖고 있는 조직. 이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조직문화가 강한 조직문화라 할 것이다.
강한 조직문화를 갖춘 조직은 다음의 특징을 갖는다. 먼저 조직의 정체성이 명확하다. 고객을 명확히 정의하고 구성원들에게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를 제시함으로써 그 조직이 추구하는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둘째, 가치 판단의 기준이 명확히 공유되어 있다. 즉 구성원들 사이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시급한지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이를 통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셋째, 몰입과 헌신을 갖춘 구성원들이 많다. 개개인이 조직과 스스로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어지간한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다. 거기에 개인보다는 조직을 생각하는 희생과 헌신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오히려 위기일수록 더욱 단단히 뭉치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 끊임없이 소통하는 문화
이런 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감히 딱 한 가지를 말하고 싶다. 바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다. 모든 구성원에게 조직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이때 그 조직이 가지고 있는 역사가 투영된다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이다. 한 장으로 요약되어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서 배포하거나, 온라인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것은 그 한 예이다.
또 핵심가치에 기반한 상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행동 원칙과 상벌제도 간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대내외로 보여줘야 한다. 성과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과 인정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핵심가치에 위배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
■ 고유 문화 창조, 끈질기고 꾸준히
이렇듯 고유의 문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구성원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기회가 될 때마다 서로 논의하고 고민하고 토의하고, 그 결과를 실행함으로써 변화의 중심에 스스로 위치하도록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팀단위 Vision Workshop이나 자기변화 선언, 임직원 참여 사회봉사활동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리더들은 솔선수범해야 한다. 먼저 모범을 보이고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함은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기본이 된다. 이런 모든 활동이 끈질기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열자(列子)』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다. 옛적에 태항산(太行山)·왕옥산(王屋山)이라는 두 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통행에 불편함을 겪었다. 북산(北山)이라는 곳에 살고 있던 우공(愚公)이란 사람은, 이미 나이가 90세에 가까웠지만, 이 불편을 없애고자 자식들과 의논하여 산을 옮기기로 했다.
흙을 발해만(渤海灣)까지 운반하는 데만 한번에 왕복 1년이 걸릴 일이라 이것을 본 친구가 웃으며 만류하자, 그는 정색을 하고“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슴 깊이 열망하는 미래의 모습을 향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 그 중심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우공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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