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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둘, 귀는 둘, 입은 다만 하나다’는 말이 있다. 많이 보고, 많이 듣되, 적게 말하라는 뜻이다. 반면에 시쳇말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정치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잘 듣는 사람보다는 목소리 큰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얼마 전 백화점에 갔다 큰 목소리로 매장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는 손님을 본 적이 있다. 구입한 옷의 크기가 작아 교환을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가격표를 버려 교환이나 환불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친절하게 교환이 안 된다고 말하던 직원도 손님의 막무가내 태도에 변함이 없자 태도가 점점 짜증스럽게 변했고 급기야는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때 매니저로 보이는 다른 직원이 달려와 중재를 했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매니저는 먼저 매장 직원이 손님에게 사과하게 한 후 손님의 요구사항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님의 말에 수긍하며 그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목소리를 높이던 손님도 직원이 함께 속상해 하자 자신의 행동을 미안해했고 크기를 늘릴 수 있도록 무료 수선을 해주겠다는 직원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 손님의 행동이 ‘불만’에서 ‘이해’로 바뀐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감정을 다른 이가 이해했기 때문이다. 당초 손님은 가격표를 분실하긴 했지만 충분히 설득을 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만약 처음 매장 직원과 고객이 서로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서로 제안하고 고민했다면 사태는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설득’이 아닌 ‘강요’라는 방법을 택하면서 둘 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상대방의 말을 최대한 듣고 배려하며 이야기를 편안하게 꺼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경청의 매너는 가장 큰 예의다. 이는 상대가 나를 설득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내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배경지식 축적의 시작이기도 하다. ‘진심을 다해 귀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실천은 얻고자 하는 바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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